● 나를 용서하게...
저희 아버지는 참 순수한 분으로 사람을 잘 믿고 의심하지 않으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러던 아버지에게 큰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아버지의 죽마고우에게 사업자금으로 1년만 쓰고
갚겠다는 약속을 믿고 큰 돈을 대출받아 빌려줬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결국 사업에 실패했고 잠적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저희 집은 살던 집도 팔아야 했고 지하 단칸방에서 살며 많
은 고생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친구분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여
유가 있다고 친구한테 그렇게 큰 돈을 빌려줬냐며 그런 친구는 용
서할 수 없으니 그런 친구와는 인연을 끊고 살라고 아버지에게 말
했고,
평생을 속고만 사는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하셨습니다. 그럴 때마
다 아버지는 여전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야, 지금은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럴 테니 좀 만 기다려봐. 분
명 나중에 연락이 오겠지." 아버지는 끝까지 친구분을 믿었지만 끝
내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그친구를 믿었기에 그 실망감과 배신감은 더 컸고 아버지는 그
친구를 원망하며 지냈습니다.
10년 뒤 어느 날 그 친구분이 그만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
게 되었습니다.
슬픔에 잠긴 아버지를 모시고 장례식장을 간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
다. 돌아가신 친구분이 자신에게 나오는 사고 합의금 전액을 아버지
에게 꼭 전달하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 금액은 아버지가 빌려준 금액에 이자를 합한 금액보다 큰 것이
었습니다. 아버지는 친구분의 영정 사진을 보면서 통곡하며 말했습
니다.
"이 친구야. 죽어서 이런 거 남기지 말고 살아서 전화 한 통이나 해
주지. 얼마나 그동안 힘들게 지냈겠나ᆢ
그런 자네를 미워하고 원망했던 나를 용서해주게"
나를 용서해주게...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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