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百歲時代의 또다른 얼굴.
사람은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병들어서 죽는 것이다.
인생 말년 아파서 드러누워 몇 년씩 지낼 생각을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나는 노후 파산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 번씩 자신에게 물어
볼 일이다. 백세 시대가 왔지만 장수가 악몽인 현상이 日本에서 일어나
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백세 시대의 또 다른 얼굴이다.
바야흐로 백세 시대에 접어들었다. 잔치 모임에 가보면 으레 이애란의
히트곡 ‘백세 인생’을 누군가 부르는 것을 듣게 된다.
90년대 초 일본에서 백세 이상 노인이 3,200명에 이른다는 외신을 보면
서, “백세 이상 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수가”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일본에 백세 이상 노인이 몇 명인 줄 아는가? 5만명이 넘는다.
한국의 백세 인구도 1만7,000명이나 된다. (2015년 12월 기준. 통계청
발표).
얼마 전 일본 갔을 때 동창들과 후쿠오카 근교 골프장으로 단체 여행한
적이 있다. 나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 것은 차가 골프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車의 트렁크를 열고 골프채를 2개씩 짊어지고 가는 직원이 젊은 아가씨
가 아니고 80세가 넘은 할머니들이 아닌가?
내가 민망해 하니까 친구들이 “요즘 일본에 안 와 봤어? 어딜 가나 다
그래” 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는다.
정말 어딜 가나 노인이 섞여 있었다.
시내 식당에서 우동을 먹는데 웨이트리스 중에 70세가 넘어 보이는 할
머니가 2명이나 되었다.
후쿠오카 택시 운전 기사 대부분이 60세가 넘어 보이는 노인들이었다.
유료 도로 수금원은 십중팔구 백살 노인들이 공손하게 돈을 받는다.
일본의 초고령화 시대 진입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실감났다.
65세 이상이 인구의 14%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 사회다.
일본은 26.6%다. 나는 일본에서 노인 관광이 더 흥미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들도 일본이 겪고 있는 백세 시대의 부작용을 그대로 겪
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文藝春秋 誌 보도에 의하면
일본 장수 노인들 중에는 누워서(寝たきり) 20년 - 30년 이상 간호 받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으며 85세 이상의 40%가 인지증(치매)에 문제가 있
는 노인이라는 것이다.
NHK-TV에서 ‘노후 파산’이라는 특집방송을 내보낸 이후 일본에서는 요
즘 ‘노후 파산’이라는 단어가 장수와 맞물려 유행하고 있다.
너무 오래 살다보니 경제적으로 파탄이나 인생 말년을 비참하게 사는 노
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나는 일본 노인들에게 “당신들은 평생직장 근무로 얻은 퇴직금이 상당할
텐데 왜 노후에 경제적 타격을 받는가”라고 물었더니 보통 퇴직금이
2,000만엔 (한화 2억) 에 기타 합해 3,000만엔정도인데 퇴직한 후 여행하
고 집도 고치고. 자식(子息)들이 어렵다고 해 좀 도와주고,
특히 자신이나 배우자가 병에 걸려 치료비를 쓰고 나면 퇴직 20년 후에는
퇴직금이 바닥이 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오래 사는 것이 비참하게 느껴
지기 시작하는데 무엇보다 장수가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제일 싫
다고 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어떻게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빨리 죽을 수 있느냐”의 강연이 요즘 붐을 이루고 있다.
뇌졸중, 중풍 등으로 누워있는 노인을 일본에서는 ‘네타키리(寝たきり)’라
고 하는데 일본 노인들은 오래 사는 것보다 ‘네타키리’가 되지 않는 것이 삶
의 목표라고 한다.
한국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80세 이상의 노인이 146만 명에 이르는데 이 중 노후 준비가 잘 된 노인은
8.8%에 불과하다니 장수 시대와 더불어 노후파산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70세 이상 미국 노인들도 수발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평균 5-6 년
으로 나타나 있다.
저축해 놓은 돈을 말년에 의료비로 다 쓴다는 소리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이다.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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