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나는 지금 어디쯤에서 살고 있는가.

하얀집 2020. 2. 10. 15:22


나는 지금 어디쯤에서 살고 있는가.    
 
어느덧 칠순 고개를 넘기고 나면 시간의 흐름은 급류를 탄다. 
    한 달이 하루 같다고나 할까, 아무런 하는일도 없이, 문안전화도 
    뜸뜸이 걸려 오다가 어느 날부터 인가 뚝 끊기고 만다.
    이럴때 내가 영락없는 노인임을 깨닫게 된다. 노인들의 삶도 
    가지가지 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쯤에서 살고 있는가.

 
    
  노선(老仙)같이 사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노학(老鶴)같이 사는 노인이 있고,
  노동(老童)같이 사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노옹(老翁)같이 사는 노인이 있고,
  노광(老狂)같이 사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노고(老孤)같이 사는 노인이  있고, 
  노궁(老窮)같이 사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노추(老醜)같이 사는 노인이 있다.

 
  노선(老仙)같은 삶이란 어떻게 사는 걸까. 
  늙어 가면서 神仙처럼 사는 사람이다. 
  이들은 사랑도 미움도 놓아 버렸다.
  성냄도 탐욕도 벗어 버렸다. 
  선도 악도 털어 버렸다.
  삶에 아무런 걸림이 없다.
  건너야할 피안(彼岸)도 없고 올라야 할 천당도 없고
  빠져버릴 지옥도 없다. 무심히 자연 따라 돌아갈 뿐이다.
 

  
  노학(老鶴)이란 어떻게 사는 노인을 말하는 것일까. 
  늙어서 학처럼사는 것이다.
  이들은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나라 안팎을 수시로 돌아 다니며
  山川境界를 유람한다. 그러면서도 검소하여 천박하지 않게 산다.
  많은 벗들과 어울려 노닐며 베풀 줄도 안다. 그래서 친구들로 부터 
  아낌을 받는다. 틈나는 대로 갈고 닦아 학술논문이며 문예작품들을 
  펴내기도 한다..


 노동(老童)이란 어떻게 사는 노인을 말하는 것일까
 
  늙어서 동심으로 돌아가 청소년 처럼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학의 평생 교육원이나 학원 아니면 서원이나 노인 
  대학에 적을 걸어두고 못다한 공부를 한다.
  시경 주역 등 한문이며 서예며 정치 경제 상식이며 컴퓨터를 
  열심히 배운다. 수시로 여성 학우들과 어울려 여행도 하고
  노래며 춤도 추고 즐거운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이다.

 

노옹(老翁)이란 또 어떤 처지에서 사는 노인을 지칭하는 걸까. 문자 그대로 늙은이로 사는 사람이다. 집에서 손주들이나 봐주고 텅빈집이나 지켜준다. 어쩌다 동네 노인정에 나가서 노인들과 화투나 치고 장기를 두기도 한다. 형편만 되면 따로 나와 살면서

"아름다운 黃昏列車카페"회원들과 어울려 즐길까하는 생각이 늘 머리 속에 맴돈다.


  노광(老狂)이란 어떨게 사는 노인을 말하는가. 
  미친사람처럼 사는 노인이다.
  함량 미달에 능력은 부족하고 주변에 존경도 못받는 처지에
  감투 욕심은 많아서 온갖 장을 도맡아 한다.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최면 불사하고 파리처럼 달라 붙는다. 권력의 끄나풀이라도 잡아 
  보려고 늙은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여기 저기 기웃거린다.

노고(老孤)는 어떤 처지의 노인을 지칭하는 걸까. 늙어가면서 아내를 잃고 외로운 삶을 보내는사람이다. 배운 기술도 없고 모아 놓은 재산도 없으니 찾아오는 친척도 없다. 자식들이 있다고해서 정부로부터 보조금의 혜택도 못 받는다. 서로 울어주고 하던 아내마저 잃었으니 고독할 수 밖에...

노궁(老窮)이란 어찌 사는 노인을 말하는 것일까. 늙어서 수중에 돈 한푼 없는 사람이다. 아침 한술 뜨고 나면 집을 나와야 한다. 갈곳이라면 공원 뿐이다. 점심은 무료 급식소에서 해결한다. 석양이 되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들어간다. 며느리 눈치 슬슬보며 밥술 좀 떠 넣고 골방에 들어가 한숨 잔다. 사는 게 괴로울 뿐이다.

노추(老醜)란 또 어떤 노인을 두고 말하는 것일까.

늙어서 추한 모습으로 사는사람이다. 어쩌다 불치의 병을 얻어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못 죽어 생존하는 가련한 노인이다. 인생은 자기가 스스로 써온 시나리오에 따라 자신이 연출하는 자작극이라 할까, 나는 여태껏 어떤 내용의 각본을 창작해 왔을까, 이젠 고쳐 쓸 수가 없다. 희극이 되든 비극이 되든 아니면 해피 앤드로 끝나든 미소 지으며 각본대로 열심히 연출 할수밖에...

여러분은 어떤 노인 같이 사시고 계십니까. 가진 게 있다고 행복하게 사는 것도 아니고, 가난하게 산다고 고개 수기며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요즘 세태에서는 노인의 위치를 지키기도 힘드는 노인들입니다. 적어도 위에서 말하는 老童 같이

여생을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