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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다

하얀집 2020. 9. 13. 16:16

<p><strong><span style="font-size: 12pt;">◈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다◈</span></strong></p><p><strong></strong><br>열 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 급제를 하여, <br>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br>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p><p>&amp;nbsp;</p><p>어느 날 그가 무명 선사를 찾아가 물었다.</p><p>˝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br>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br>무엇이라고 생각하오?˝ </p><p>&amp;nbsp;</p><p>그러자 무명 선사가 대답했다. </p><p>˝그건 어렵지 않지요. <br>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br>베푸시면 됩니다.˝ </p><p>&amp;nbsp;</p><p>˝그런 건 삼척 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br>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p><p><br>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br>그러자 무명 선사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br>붙잡았다. <br>그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p><p>&amp;nbsp;</p><p>&amp;nbsp;</p><p>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br>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p><p>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br>맹사성이 소리쳤다. </p><p>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br>차를 따르고 있었다. </p><p>&amp;nbsp;</p><p>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br>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p><p><br>˝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br>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p><p><br>스님의 이 한마디에 <br>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br>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br>그러다가 문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p><p>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br>˝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p><p><br></p><p>2020.09.12.(토)&amp;nbsp;&amp;nbsp;&amp;nbsp; <br>黃昏의紳士/虛心(金埰相)<br></p><b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