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집
2021. 3. 24. 14:11
화창한 봄날
오늘처럼 산들 바람이
꽃잎을 흔들던 날
아지랭이 피어오른
뒷동산 양지쪽에
행여 놓칠세라 꼬막손 꼬옥 붙잡고
따라오라 앞서거니
잡을세라 뒤따르며
봄이면 햇살 속으로
나를 불러 나갔지만
이제는 간곳없고
나홀로 거니노니
그시절 그리워 눈을 감고 떠올려도
색바랜 흑백사진 처럼
점점 희미해진 그때 그 모습
다시는 못올 길
떠난지 그 몇해 인지
오늘 처럼 햇살 좋은 봄날이 오면
자꾸만 생각나는 좋았던 그 봄날
뭐가 그리 급했는가
영 영 다시 못 올 길
내 곁을 떠나가고
남아있는 나는 홀로 눈물만 흐르는데
나 죽어 다시 볼까 그립고 그리운
나 어릴적 엄마 같던 누님에 그 모습이
너무나 먼 세월에 흐릿한 기억 속으로
멀리 멀리 야속하게 떠나가고 있구나.